핑크를 싫어했지만 알고보니 나와 어울리는 색이었다.
그걸 깨달은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.
사람의 혈색과도 가깝다고도 했던가,
분홍 계열 악세서리나 옷을 입을 때마다
예쁘다, 어울린다, 돋보인다 는 말을 평소보다 배로 들었던 거 같다.
싫어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.
난 분명 파랑, 초록을 더 좋아하고 이건 변함이 없지만
어릴 적 옷을 고를 때도, 머리핀을 고를 때도
의견을 물어보곤 결국 내 두 손에 들려지는 건
바라지 않았던 핑크핑크한 것들이었다.
그리고 내가 싫어했던 친구가 핑크색을 열렬하게 사랑했었다.
이미 정해진 '여자의 컬러'란 고정 관념에
반기를 들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다.
게다가 성격상 무언가 핑크라고 하면
가녀리고 연약하며 애교를 부린다는 느낌이 강하게
들어 더욱더 거부감이 앞섰던 거 같다.
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
남들의 눈치를 보는 건 여전하지만
그 허들이 예전보단 낮아졌기에
나한테 어울리고 갖고 싶은 걸로
초점을 맞추니 다른 의미로 분홍빛 아이템이
내 주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.
그렇다. 난 분홍이 잘 받는 사람이었던 것이다.
아이유의 팔레트 가사 중 핫핑크보단 보라색이 좋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.
나는 여전히 분홍색보단 파랗고 초록한 게 좋지만
나와 어울리는 건 분홍색임을 이제서야 인정하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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